[우리문화신문=양인선 기자] 요즘 아들 내외가 있는 이천에 와서 살고 있다. 손자 둘 어린이집 보내고 날마다 설봉산 자락에 있는 설봉공원 호수를 두 바퀴 걷는다. 애들 돌보기가 만만치 않지만, '피할 수 없으면 즐기자'는 생각으로... 이천 중심가에서 멀지 않으며, 넓은 주차장이 있어 여유롭다. 샛노란 개나리가 주말을 지나며 파릇파릇 잎이 돋아나고 있고, 그새 하얀 벚꽃이 활짝 펴고 꽃눈을 날려 멀미가 날 지경이다. 호수 둘레 팻말에 쓰여있는 사랑이 묻어나는 글귀가 이채롭다. 글씨체 또한 사랑스럽다. 나를 절로 미소 짓게 하고 그야말로 정신적인 치유가 되는 기분이다. 호수 주변 곳곳에 야외상설 국제 조각 전시물도 볼 만하다. 민들레 풀씨를 형상화한 듯한 조각물도 보인다. 394m 설봉산은 전망이 빼어나고 산행코스도 다양하다. 또한 기슭 곳곳에 이천시립 역사박물관, 독립ㆍ의병관련 기념비, 설봉산성, 설봉서원이 자리를 잡고 있다. 정말 설봉공원은 이천의 보석이며, 이천 시민의 사랑받는 휴식처라 할만하다. 강원도를 여행한 뒤 영동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꺾어서 이천설봉공원을 둘러봐도 좋을 듯하다.
[우리문화신문=양인선 기자] 수원을 떠나 화성시에 정착한 지 10년 만에 다시 수원 팔달산에 올랐다. 방화수류정에서 출발하여 성곽을 따라 장안문, 화서문, 서장대를 지나 서남암문 근처에 있다는 '대한민국독립기념탑'까지 걷기다. 방화수류정이 올려다보이는 '별이네'라는 카페 이층에 앉아 커피 한 잔을 마셨다. 벽이 개방되어있어 청량한 공기가 그지없이 상쾌했다. 눈이 부시게 하늘도 푸르렀다. 아름다운 화홍문의 7개 수문을 흐르는 물소리도 정겨웠다. 살아있음에 감사하며, 멀리 사는 딸에게 간단한 안부와 더불어 사진을 전송했다. 100여 년 전 저 아름다운 정자 난간과 계단에서 독립만세 함성이 울려 퍼졌고, 밤엔 봉홧불을 피워 성곽 둘레가 불꽃밭이었다는 얘기가 전한다. 근래에 《삼일운동 소사, 팔달산의 함성(김운성, 1981년)》이란 책을 감명깊게 읽었다. 3.1만세운동 뒤에, 방화수류정 바로 앞 중포산이란 언덕에 일제의 노구치 순사와 가와바다 순사의 초혼비'가 세워졌다고 한다. 1925년 경성일보에 게재된 사진을 민족문제연구소에서 2020년에 발굴 공개한 바 있다. 노구치 순사가 누구인가? 바로 지금의 화성시 송산 사강지역 독립만세 시위를 폭압적으로 진압하려다 주민
[우리문화신문=양인선 기자] 그날 하늘은 더없이 푸르고 공기 또한 깨끗하고 상쾌했다. 영모당 뒤로는 조선송으로 아늑하게 둘러쳐져 있고, 그리 넓지 않고 아담한 영모당 앞뜰엔 잔디로 정갈하게 다듬어져 있어 바쁜 후손들이 묘역 관리하기에 힘들지 않겠다고 생각해본다. 우선 영모당 앞뜰에 세워진 비문의 내용을 살펴보자. “~~~~~ 평성도정께서 가재마을에 정착하시고 400여 년이 흘렀습니다. 이번 우리 문중에서 종래의 장제를 개선함에 시대에 따라 우리 종현들의 의결로 문중 묘지의 중원에 영모당을 건립하여 위로는 조상님을 받들어 모시고 후손도 함께할 유택을 마련하니 자손 대대로 후손 간에 화목하여 숭조돈목하는 덕목을 실천하고 만세 번영하기를 기원하며 이 안식처에 모신 영령들께서 영원히 평안하시도록 삼가 이 비를 세웁니다. 2005년 가재 종중 일동 건립”이라고 새겨져 있다. 그리고 옆면에 '같은 뿌리 한 줄기, 많은 가지 영원히 서로 화목하고 즐겁게'라고 아름다운 글귀도 새겨져 있는 게 눈에 들어온다. 야트막한 언덕에 자리 잡은 영모당으로 오르는 오솔길도 고즈넉하고 운치 있다. 여러 갈래 숲길을 따라 내려가면 집성촌을 일구며 살아온 후손들의 농사짓는 생활 터전이 펼쳐
[우리문화신문=양인선 기자] 경기도 중서부 서해안에 닿아있는 송산 사강지역은 알이 성글고 단맛이 풍부한 송산포도로 유명하며, 서해안 갯벌에서 채취한 굴과 맛조개 등 여러 풍부한 해산물을 즐길 수 있는 횟집들의 사강시장이 있다. 요즘은 시화호로 막혀 좀 더 멀리 나가서 해산물을 잡아 온다고 하는데 철도나 육로가 발달하기 전엔 한양으로 가는 물류가 인근 마산포에서 배에 실려 올라가 한강을 거슬러 한양의 여러 포구에 내려놓고 다른 물자를 바꾸어 돌아왔던 중심지였다. 인근에는 서해를 건너 중국과의 교류도 활발했던 당성의 흔적이 남아있다. 바로 이 지역에 1919년 3.1만세 운동 때 엄청난 일이 있었다는 사실을 사람들은 얼마나 알고 있을까? 몇 년여에 걸쳐 기획하고 준비하여 작년 말에 조성된 송산지역 독립운동가 마을을 탐방했다. 송산농협 사강지점에 차를 대고, 독립운동가 후손 두 분의 안내를 받으며 걸었다. 3.1만세운동 당시 적극적으로 참여ㆍ주도하신 홍면옥, 왕광연 두 분의 손자이신 홍사용, 왕의항 선생님과 함께했다. 《송산지역 독립운동가 마을 백서》를 손에 들고 역사적 사건이 일어난 공간에 세워진 조형물과 안내판을 참고하며 사강재래시장, 마을회관, 송산 초등학교
[우리문화신문=양인선 기자] 올해도 메꽃이 다시 피어났습니다. "메롱" 하며 피어나 나를 반깁니다. 잎 모양이 혀를 내민 듯한 모양이라 '메롱 꽃'이라고도 한다지요. 한동안 메꽃 세상입니다. 머지않아 나팔꽃이 뚜뚜따따 나팔을 불며 요란하게 등장하겠지요. 빨강 파랑 보라빛으로 뽐내며 메꽃은 연분홍에 하얀 줄무늬 한 가지 색으로 핍니다. 왠지 수줍은 듯 조용히 피어있습니다 풀섶, 논두렁, 망초 풀 속 ~~ 가리지 않습니다. 때맞춰 메꽃 나팔꽃이 피고 지는 자연의 조화가 경이롭습니다. 메 꽃 - 유 은 희 버려진 지게로 메꽃이 뻗어간다 이마를 짚고 부러진 다리를 감싼다. 고구마순도 볏짚도 산 그림자도 질 수 없는 무딘 등을 쓸어준다 지게의 혈관이 되어 온몸을 휘돈다. 메꽃과 지게는 하나의 심장으로 산다. 반신불수의 지게에서 메꽃, 핀다. 흰 밥 수저 가득 떠서 아, 하고 먹여주는 늙은 입과 아, 하고 받아주는 늙은 입이 활짝 핀 메꽃이다.
[우리문화신문=양인선 기자] 찔레꽃 향기 가득한 시골길을 걷는다. 찔레꽃 필 무렵이 모내기철이라더니 과연 모내기 한창인 논을 배경으로 농촌의 오솔길과 풀섶엔 찔레꽃이 한창이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진행되는 대자연의 조화가 경이롭다. 예전에 보릿고개 어려운 시절에 찔레꽃 어린순을 친구들과 따먹던 얘기도 들을 수 있다. 가수 장사익의 노랫말의 '찔레꽃 향기는 너무 슬퍼요'라는 구절이 알듯 말듯하다. 또렷이 드러나지도 않으면서 은은한 향기가 솔솔 풍긴다.
[우리문화신문=양인선 기자] 요즘 농촌은 모내기하느라 바쁘다. 정교하게 모를 심는 모심개(이앙기)의 기계손! 그 위력에 감탄이 절로 난다. 허리 굽혀 모심기하는 풍경은 민속촌에서나 볼 일이다. 새참을 나누며 줄 맞춰 모를 심던 정경이 그립다. 가지런히 심어진 어린 모! 부디 힘든 풍파 없이 잘 자라길 빌어본다. 옥수수 어린싹들도 예쁘게 잘 자라고 있다.
[우리문화신문=양인선 기자] 하양과 연두의 조화 제멋대로 수더분하게 핀 듯한 완두콩꽃 은근히 마음이 가고 눈길이 간다. 별 볼품없이 시골집 텃밭에 조금씩 자리잡고 있다. 하양빛꽃과 연두빛 잎파리가 묘한 조화를 이룬다. 사람의 눈길은 끌진 않지만, 풀 벌레들의 마음을 끌기엔 아무 상관이 없나 보다. 하얀꽃과 초록잎이 어우러져 나름 사랑스러운 토끼풀 연두빛꽃이 아름다운 수국 하얀꽃이핀 잔파와 대파 바야흐로 하얀 찔레꽃과 아카시아의 꽃향기로 벌들을 유혹하는 철이 다가오고 있다.
[우리문화신문=양인선 기자] “빛나는 하늘을 바라보고 있으려면 금세 나의 가슴도 바다같이 호수같이 열릴 것만 같네요” - 나태주 시 ‘오월의 아침’ 밤새 후두둑 빗소리 들리더니 먹구름을 딛고 올라 온 해님 모습이 아름답다. 비 갠 뒤의 아침 하늘 물로 가득 찬 논 올 한해 풍년을 기대해본다. 며칠 새 봄비에 밭작물이 한 뼘은 더 자란듯하다. 오월은 보리가 자라는 계절이다.
[우리문화신문=양인선 기자] 엉덩이에 앉은뱅이 의자를 하나씩 달고 쪽파 수확하는 모습이 한 폭의 그림이다. 겨우내 추운 날씨를 이겨내고 기어코 싹을 틔우고 키워 대지의 기운을 가득 담은 쪽파! 멸치액젓, 고추가루, 매실액 살짝 끼얹어 숨죽으면 바로 먹을 수 있는 쪽파김치! 쌉쌀하니 감칠맛나는 반찬이다. 어디 쪽파뿐이랴 차가운 겨울 눈비를 맞고도 땅속에 굳게 뿌리를 박고 자라난 시금치 또한 일년 중 가장 맛있는 계절이다. 단맛이 감돌며 그맛이 일품이다. 또한 요즘 채소가게에 가면 햇양파도 많이 나왔다. 굵은 알뿌리 식물 햇양파는 매운맛도 덜하고 생으로 먹기에도 좋다. 혈관을 튼튼히 하는 식재료다. 하지만 아직 마늘의 계절은 아니다. 지금 한창 땅속에서 마늘쪽이 굵어지고 있으리라. 유월이 오면 마늘 수확하느라 바쁠 것이다. 겨울 땅속 세상이 궁금했었다. 아무것도 없을 듯한 황량한 겨울 밭 그러나 땅속엔 온갖 겨울 작물들이 뿌리내리고, 양파, 마늘 따위의 알뿌리 식물이 굵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눈이오면 눈을 이불처럼 뒤집어쓰고 고요히 있다가 언땅을 뚫고 고개를 내미는 겨울 작물들! 대지의 생명력이 경이롭기만 하다. 사계절 뚜렷한 우리 토양에서 자란 겨울 채소들 많